#비트코인 ETF
2024년 암호화폐 시장은 역사적인 전환점을 맞았다.
비트코인 ETF가 승인되고 투자자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시장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비트코인 1억 간다가 이렇게 빨리 이루어질 줄은 몰랐다..
비트코인 ETF는 비트코인에 대한 신뢰가 제도권으로 확장된 것으로 단순한 가격 상승 이상의 의미를 지니는 이벤트라고 생각한다.
#신뢰
비트코인이라는 이름은 히브리어 '비타혼(Bitachon)'과 발음이 비슷하다. 비타혼은 '신뢰'를 뜻한다.
믿거나 말거나.. 우연의 일치라 하기에는 의미심장하다. 비트코인은 기존 법정화폐(fiat money) 기반 신용체계에 대한 물음에서 시작했기 때문이다.
현대의 신용화폐, 법정화폐를 뜻하는 'fiat'는 라틴어에서 왔다. '그렇게 하자(let it be)'라는 뜻이다.
국가가 '이 종이 쪼가리를 돈이라 부르자'라고 선언하면 그것이 곧 돈이 되는 신용화폐 체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단어다.
신뢰의 진화는 21세기 인터넷 시대의 핵심 동력이다. 에어비앤비나 엣시 같은 온라인 마켓플레이스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들은 두 단계의 신뢰를 구축했다. 첫째는 거래 당사자 간의 직접적 신뢰다. 둘째는 플랫폼에 대한 신뢰다.
중고거래 시장의 변화는 이를 잘 보여준다. 과거 중고거래는 정보 비대칭이 심했다. 판매자를 믿을 수 없었고, 물건의 품질도 확신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플랫폼이 거래를 중개하고, 품질을 검수하며, 신뢰를 보증한다.
블록체인은 이러한 신뢰의 진화를 한 단계 더 발전시켰다. 신뢰를 코드화했기 때문이다.
법정화폐가 국가의 신용에 기대어 있다면, 블록체인은 수학적 알고리즘과 네트워크 참여자들의 집단적 신뢰에 기반을 둔다.
여기서 흥미로운 역설이 발생한다. 블록체인 네트워크가 더 높은 가치를 지니려면 자기 강화적인 신뢰의 선순환이 필요하다. 네트워크의 네이티브 코인(예: 비트코인) 이 높은 가치를 유지해야 더 많은 채굴자가 유입될 수 있고, 이는 다시 네트워크의 보안 수준을 높인다. 보안 수준이 높아질수록 네트워크는 더욱 신뢰할 만해지고, 신뢰할만한 네트워크 위에서 참여자들의 경제활동이 발생하고, 이는 다시 코인의 가치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네트워크의 존속은 참여자들의 신뢰에 크게 의존한다. 약간 아이러니하게 느끼는 부분이다. 중앙화된 신용화폐에 대한 대안으로 등장한 비트코인이, 실은 그 어떤 화폐보다도 강력한 집단적 신뢰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블록체인은 기술적으로는 trustless를 표방하지만, 근본적인 네트워크의 존속 원리에서는 참여자들의 깊은 신뢰를 전제로 한다.
이러한 특성 때문인지 주변에서는 여전히 "비트코인을 어떻게 믿냐", "사기 아닌가", "투자하기가 겁난다"와 같은 반응을 흔히 볼 수 있다.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달러를 기준으로 현대의 법정화폐 제도도 역사가 100년이 채 되지 않았고, 1970년대까지만 해도 금본위제가 기본이었다.
결국 비트코인도 법정화폐처럼 참여자들의 신뢰가 중요하기는 매한가지고, 세상이 새로운 화폐 시스템을 받아들이는 데는 늘 시간이 필요했다.
이런 관점에서 2024년은 비트코인에 대한 신뢰가 ETF를 매개로 제도권으로 확장된 의미 있는 해였다고 볼 수 있다.
돌이켜보면 알트코인을 기웃거리지 말고 비트코인만 착실히 살걸 하는 후회가 든다ㅋㅋ
#AI
2024년 하반기 즈음부터 또 다른 변화가 시작됐다.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가 슬금슬금 화두로 떠오르면서, 만물에 능통한 범용 AI를 만드는 것의 한계를 인정하고(스케일링의 한계인지) 특정 영역에 특화된 AI Agent의 등장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AI의 기술적 세부사항은 차치하더라도, 인문학적 상상력을 발휘해보면 AI Agent들이 보편화되는 시점에는 신뢰의 개념도 크게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의 신뢰는 철저히 인간 중심이었다. 예를 들어 온라인 거래에서 우리는 웹사이트의 디자인이 조악하거나 사용성이 떨어지면 본능적으로 그 서비스를 신뢰하지 않았다.
하지만 AI Agent들이 인간의 거래를 대행하기 시작하면 이러한 기준은 완전히 새로워질 것이다. 물론 금융 거래처럼 직접적으로 돈이 오가는 영역에서는 은행과 같이 국가가 신뢰를 보증하는 제도가 여전히 중요할 것이다. (이것도 스테이블코인이 채택되면 참이 아닌 가설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그 외의 영역에서 AI Agent들은 웹사이트의 미적 완성도나 사용성과 무관하게 코드와 데이터를 직접 읽고 분석하면서, 방대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하고 거래 상대방의 이력을 즉각적으로 확인하여 감정적 편향 없이 거래를 체결할 것이다.
다만 현재로서는 AI Agent들의 사고 과정과 결정 과정을 완벽히 추적하거나 역산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이는 앞으로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아닐까 한다. AI Agent들의 행동과 판단을 투명하게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이 발전할수록 이들에 대한 신뢰도 자연스럽게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모델 자체를 공개하는 오픈소스 LLM 모델이나, 추론의 논리를 증명할 수 있는 기술들이 좀 조명받지 않을까 한다..
그럼 2025년도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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